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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토리텔러

처음 요코하마역에 도착했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전철을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 곳곳에 갈라지는 출입구, 수많은 인파와 간판들. 요코하마역은 단순한 ‘교통의 요충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작은 도시이자 살아 숨 쉬는 미로와 같은 매력이 있다. ‘끝없는 미로’가 주는 독특한 경험요코하마역은 일본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복잡한 구조를 자랑하는 곳이다. 100년 넘는 개‧보수를 반복하면서 명확한 끝이 없는 설계, 그래서인지 “요코하마역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농담 같은 말도 전해진다. 길을 잃는 게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복잡하지만, 그 미로 같은 구조 속을 걷다 보면 오히려 숨은 가게나 로컬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의도치 않게 만난 바, 좁은 골목 속의 아틀..

엄마는 4년전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중기에 이르렀다. 처음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는 평소 엄마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에, 혹시 병원에서 오진한 것이 아닌가? 의심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고, 엄마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엄마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두고두고 회상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일년에 한번씩 일본으로 온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후지산 근처의 카네야마엔(kaneyamaen)이라는 호텔이다. 호텔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후지산. 이 호텔은 후지산이 잘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텔 정문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덩치 큰 후지산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일본의 온천 호텔은 종업원들이 로비에서..

대부분의 일본 중심가가 그렇지만 요코하마역 주변도 거대하고 복잡하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도쿄의 신주쿠역 못지 않게 복잡하다. 요코하마에서 2년을 살았고, 매일 요코하마역을 통해 등교했지만 요코하마역 주변을 완벽하게 정복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거대한 역이다보니, 맛집이나, 멋진 카페, 볼거리를 소개하기 어렵지만, 내가 애정하는 레스토랑 겸 바(bar)를 소개하려고 한다.알로하 테이블(Aloha Table) 살짝 바다가 보이는, 비밀의 장소지도에서 왼쪽 분홍색은 요코하마역이고 노란색은 여러 출구를 나타낸다. 알로하 카페는 지도상에서 오른쪽으로, 역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데, 요코하마 역에서 내린다면 찾아가는 방법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는 그렇고,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찾아가길 추천한다. 어쩔 수 없다...

가와구치 호수는 에도시대에 후지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호수 중 하나다. 이 호수는 강물에 후지산이 거울처럼 비쳐지는 것으로 아주 유명하다. 가와구치 호수는 후지산 북쪽 기슭, 야마나시 현에 위치하며, 해발 830m 지점에 있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얼음이 관측될 정도로 시원하다. 지도를 보면 대략 도쿄에서 이 정도 거리에 있다. 도쿄 신주쿠에서 특급 ‘후지 익스커션’ 직행 열차로 약 1시간, 고속버스로는 약 2시간 소요된다. 전망대에서 호수와 후지산을 보자이곳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하지만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케이블카를 타고 텐조야마 전망대에 올라가 호수와 후지산을 바라보는 것과, 유람선을 타고 호수에서 후지산을 보는 것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둘 다 해보기로 했다. 아래 사진에서 아이..

들어가며카페에서 머신으로 추출하는 커피가 맛은 제일 좋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 이제 슬슬 드립커피로 눈을 돌리는 중. 그래서 프랜차이즈 카페나 마트에서 드립 커피가 보이면 일단 사 놓고 집에 재워둔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드립 커피 종류는 일본이 훨씬 더 다양하다. 그래서 일본에 가면 거의 항상 드립 커피를 구매한다. 이번 방문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뭘 업어 왔을까? 탈리스(Tull'ys) 커피일본 현지에서는 가장 맛있는 커피 브랜드라는 탈리스. 아마도 한국의 할리스라는 카페 프랜차이즈 이름도 탈리스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냐고, 합리적으로 의심해 본다. 물론 나는 한국의 할리스를 매우 애정하는 사람이므로,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무시하지는 않는다. 하하. 암튼, 탈리스에서도 드립 커피를..

후지산, 호수에서 하늘 위까지(가와구치코) 여행기들어가며 가와구치 호수는 에도시대에 후지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호수 중 하나다. 이 호수는 강물에 후지산이 거울처럼 비쳐지는 것으로 아주 유명하다. 가와구치 호수는 후지산 북쪽 기슭tripstoryteller.tistory.com 일본 야마나시현의 대표적인 향토 요리인 호토(ほうとう)는 넓고 평평한 밀가루 면과 채소를 된장 육수에 듬뿍 끓여 만든 따뜻한 국물 요리다. 후지산 온천 여행을 가는 도중 호토 맛집이 있다길래 들렀다. 방문한 곳은 '센겐차야'라는 곳인데 일본 SNS에서는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전국시대 무장 다케다 신켄이 부대 식사로 즐겼다는 이야기도 있어 홍보에 활용되며, 이 때문에 ‘보토(寶刀)’에서 호토라는 이름이 생겼..

들어가며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산 기슭에 자리한 오시노무라(忍野村, Oshino-mura)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시노무라는 도쿄에서 온천 여행을 가던 도중 들렀던 곳이다. 오시노무라는 야마나시현 미나미쓰루군에 위치한 인구 약 9,800명 규모의 작은 마을로, 해발 약 936m 고원에 자리한 시원한 지역이다. 특히 깨끗한 자연 샘물과 후지산 경관으로 유명하며, 마을 전체가 세계유산 ‘후지산 구성자산’ 중 하나다. 후지산을 뒷 배경으로 걸친 전철역오시노무라의 전철역인 후지큐코 선 후지산역 뒤쪽에는 후지산이 걸쳐 있다. 마침 역 맞은 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북해도산 우유를 이용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길래, 사진 한장!! 여덟 개의 샘오시노무라는 여덟 개의 샘(연못)으로 유명하다. 이곳 연못은 특히 물이 투명해 ..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 줄여서 패미레수(ファミレス) 라고 불리는 이 공간은, 일본인들의 일상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식문화의 일부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말 그대로 가족 단위의 손님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한 레스토랑 체인이다. 가격은 합리적이고, 메뉴는 다양하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로 쇼핑몰 근처, 교외 주차장, 역 주변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여러 체인이 있지만 특히 내가 좋아하는 데니즈(Denny's)에 대해 소개할까 한다.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의 일반적 특징이 점은 한국과 비교해서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일단 한국에 비해 메뉴가 다양하다. 심하게 말하면 분식집과 비슷한 ..

들어가며요코하마는 아름다운 항구와 야경으로 유명한 도시라서, 사진에 담을 만한 곳이 넘쳐나는 도시다. 그 중에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해머헤드 공원은 아직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유명한 아카렌가 창고에서 2~3분 걸어가면 바닷가 쪽으로 돌출되어 나온 조그만 쇼핑 건물인데, 바다쪽에서 요코하마 해변가를 볼 수 있는 곳이라, 다양한 각도가 나온다. 마시고, 먹고, 경치를 즐기며해머헤드 공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테라스 형태의 카페와 레스토랑이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요코하는 사실 주말에 바람쐬러 나가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도시다. 가까운 곳에 잘 정비된 바닷가가 있어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에 적당하다. 개인적으로 부산 광안리도 좋아하는 곳인데, 광안리는..

1. 들어가며도쿄에서 벗어나 하코네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여기 정말 일본 맞아?" 싶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고라 역(Gora Station)이다. 하코네 등산철도의 마지막 정차역인 이곳은, 말 그대로 하코네 여행의 종착지이자 또 다른 시작점이다. 특유의 아기자기한 산악열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면, 어느새 고요한 산속 마을 같은 고라에 도착하게 된다. 2. 고라역 스케치우선 고라역이 어떤 모습인지 보자. 역의 모습이 산속에 위치한 통나무집 처럼 생겼다. 역이 지나는 선로 가까이에 가보면 보면 이곳이 높은 지대임을 실감할 수 있다. 역에서 쭉 걸어 나오면 조그만 온천호텔과 미술관, 카페들이 보인다. 3. 고라 역의 매력은?고라 역에서는..